시선을 통하여

아코디언

ojhskhk0627 2008. 11. 14. 13:10

 

 

 

 

 

내 기억으로는 떠돌이의 악기였다.

 

어린시절 차력사와 약장사가 얽혀서 돌아가던 읍내 장터에서도 아코디언을 켜던 악사는 슬픈 빛깔이었다.

각목과 병을 날려버리고 돌덩이를 부숴트리던 몸이 좋았던 차력사와 중간중간 약을 팔던 사람은

이만한 흥겨움이면 공연을 본 값이라도 내야 하지 않겠느냐  의기양양하게 약을 내어 놓고는 하였다.시장터에 나온 사람들은 몇 몇은 그 값에 대해 기꺼이 지불했던것 같다. 중간중간에 늦게 본 딸내미쯤 되는 계집애를 앞에 세우고 노래를 시키던 악사는 부끄러움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눈을 지긋이 감고 연주를 했다.계집아이는 천연덕스럽게 이미자를 불러 제켜서 어린 생각에도 눈물이 핑 돌던 장면이었다. 그 악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계집아이는 나처럼 중년이 되어 있을 터이다.세상의 어디쯤에서 악다구니로 세월을 거쳐 세상의 어디쯤에서 한숨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버지 역시 떠돌이의 피였다. 타향의 세월이었다.

십여년 전 큰형이 생일선물로  아코디언을 선물했다.다 늙어 버린 가죽만 남은 몸위에 걸친 아코디언은 몸을 가리고 어깨가 쳐질정도로 무거웠다. 그럼에도 때만되면 황성옛터며 찬송가를 두서없이 켜다가 지쳐서

세월을 탓하시고는 했다. 그 아코디언을 이제 켜시지 않는다.  늙은 몸과 마음은 세상을 내려 놓으셨는지도

모를일이다.당신의 세상이 아니었던 관계로 늘 혼자만의 세상을 꿈꾸셨는지도.

집에는 아버지의 아코디언이 구석 한 쪽에 쳐박혀있다.눈길안에는 없다가 가끔 바라보면 측은한 세월이

느껴져 짠하다.눈부시게 살고 싶었던 한 청년의 세월을 묶어 놓았던 쓸쓸함이다.

나 역시 언젠가는 먼 꿈을 꾸며 그 아코디언을 켤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은 늘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앉아있고, 쿠바로,아르헨티나로,알래스카로 정처없이 떠돌고는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