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사랑으로 나는 / 김정란

ojhskhk0627 2008. 12. 28. 02:34

 

 

 

 

 

 

사랑으로 나는 내가 보았던 매미날개와 매미날개에 머무는 햇살과 그 햇살의 예민한 망설임들을 이해한다.사랑으로 나는 내가 보지 못했던 오로라와 그 오로라가 우주 먼 곳 태어나지 않은 역사와 맺는 관계를 이해한다.사랑으로 나는 내 내장 깊은 곳까지 박힌 칼들을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언젠가 그 칼들이 나를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못할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사랑으로 나는 죽어가는 세계의 모든 생명들과 이제 막 태어나는 어린 생명들과 하나가 되고 싶다,될 것이라고 믿는다, 될 것이다.사랑으로 나는 나이며 너이며 그들이다.사랑으로 나는 중심이며 주변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는 나의 상처의 노예이며 주인이다. 사랑으로 나는 나의 상처를 세계의 상처 위에 겸손하게 포개놓는다.세계, 나의 아들이며 나의 지아비인 세계의 상처 위에 나처럼 아프고 불행한 세계의 상처 위에, 가만히, 다만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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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애가 막을 내렸다.

막을 내린 생애는 사진속에서도 웃고 있다.

적막하다.

적막하게 생애를 바라본다.

반성한다.

막 굴려온 몸뚱이를

함부로 내던진 말들과

건방진 정신사를.

 

주어진 세월를 비틀거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생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