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한 잎의 여자

ojhskhk0627 2007. 2. 2. 00:51



한 잎의 女子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의 한 잎같이 쬐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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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그야말로 한 때 좋아했던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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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여자는 없었을뿐더러

그런 남자도 없다는게 생활이다

 

환상에 불과할뿐

 

 

여자나 남자의 정신적 영역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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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젯 밤 오래된  시집을 꺼내어 글을 올리고,추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오늘은 오규원 시인께서 세상과 작별을 하셨다는군요.

 

      시인으로서 언어의 명멸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1.

  • 가장 일상적인 女子가 女子스럽기는 하지만 결코 가장 女子다운 女子가 아니듯이,

    가장 여편네다운 女子가 가장 아름다운 女子가 아니듯이,

    詩 또한 詩다운 것이 가장 아름답고 생명 있는 그런 것은 아니다.
          

     2.
    개성이라든가 독창성이라든가 하는 말은 정신적인 모험이 쇠퇴할수록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3.
    <정직하다>는 말이 자주 차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지적을 <당신은 평면적으로 사고하고 있다>는

     惡談으로 읽을 줄 아는 시인은 드물다
          

     4.
    우리들이 사랑해야 할 것은 時代苦, 觀念 등에 시를 맞추는 논리적 추적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무너뜨리는 정신의 個別性이다.
           5.
    관념의 공허한 울림만큼 피곤하게 하는 것이 없고,

    지식인의 제스처만큼 슬프게 하는 것이 없다.

    규격화되고 보편화된 이 시대의 過重에서 빛나는, 공허한 관념놀이의 지긋지긋함.

                                                      

     

     - 오규원. 王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뒤표지의 글
                                                        

      문학과지성 시인선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