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잡배의 사랑
허연
시정잡배에겐 분노가 많으니 용서도 많다. 서늘한 바위절벽에 매달려
있는 빨갛게 녹슨 철제 계단 같은 놈들, 제대로 매달리지도, 끊어져 떨
어지지도 못하는 사랑이나 하는 놈들, 사연 많은 놈들은 또 왜들 그런지.
소주 몇 병에 비오는 날 육교 밑에 주저앉는 놈들. 그렁그렁한 눈물 한
번 비추고 돌아서서 침 뱉는 놈들. 워낙 쉽게 무너지는 놈들. 그러고도
실실 웃을 수 있는 놈들. 그들만의 깨달음이 있다. 시정잡배의 깨달음.
술국 먹다 말고 울컥 누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물가물하지만 무지 아
팠다. 죽을 만큼 아팠다. 그 술국에 눈물 방울 떨어뜨리고 또 웃는다.
잊어버리는 건 쉽지만
다시 떠오르는 건 막을 수가 없다.
그게 시정잡배의 사랑이다.
마지막으로 십팔번 한 번 딱 부르고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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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이 좋아졌다. 시도 일종의 그림이라면 그림이니,온갖 잡색깔 없이
뻥카없이 그림을 그릴줄 안다. 샤우트 창법이다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되먹지 않는 경제신문 기자질만 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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