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있는 갈퀴나무,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내 꿈틀거리는 사막이,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니었다
나를 위한 헌신,나를 위한 나의 희생,나의 자기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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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외우고 다닌 시절이 있었다.
외우고 다닐 만큼 서정적인 시도 아니거니와 ,
삭막해서 뼈까지 시리게 하는 이 시를
뼈마디 어디쯤에 연비뜨듯 새겨넣은 이유는,
막막했던 그 시절의 나를, 거울보듯 했기 때문이리라.
오늘 이 시가 내가 좋아하는 어떤이의 마음을 후벼내었는지
올라와 있었다. 그에게서
살아온 날들의 피폐함을,황량함을 먼 발치서 느꼈음에도
또 다른 통증을 느끼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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