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뼈아픈 후회

ojhskhk0627 2007. 2. 12. 00:57

                  

 

 

                   뼈아픈 후회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 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러져있는 갈퀴나무,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내 꿈틀거리는 사막이,그 고열의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니었다
    나를 위한 헌신,나를 위한 나의 희생,나의 자기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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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를  외우고 다닌 시절이 있었다.

   외우고 다닐 만큼 서정적인 시도 아니거니와 ,

   삭막해서 뼈까지 시리게 하는 이 시를
   뼈마디 어디쯤에 연비뜨듯 새겨넣은  이유는,

   막막했던 그 시절의 나를,  거울보듯 했기 때문이리라.

 

   오늘 이 시가  내가 좋아하는 어떤이의 마음을  후벼내었는지

   올라와 있었다. 그에게서

   살아온 날들의 피폐함을,황량함을  먼 발치서 느꼈음에도

   또 다른 통증을 느끼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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