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사랑은

ojhskhk0627 2007. 4. 27. 20:49

 

 

             사랑은

 

 

 

 

                                      이승희

 

 

 

 

 

스며드는 거라잖아,
나무뿌리로, 잎사귀로, 그리하여

기진맥진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마른 입맞춤.
 
그게 아니면
속으로만 꽃 피는 무화과처럼
당신 몸속에서 오래도록 저물어가는 일.

그것도 아니면
꽃잎 위에 새겨진 무늬를 따라

꽃잎의 아랫입술을 열고 온 몸을 부드럽게 집어넣는 일.

그리하여 당신 가슴이 안쪽으로부터 데워지길 기다려

당신의 푸르렀던 한 생애를 낱낱이 기억하는 일.
 
또 그것이 아니라면
알전구 방방마다 피워놓고
팔베개에 당신을 누이고 그 푸른 이마를 만져보는 일.

아니라고? 그것도 아니라고?

사랑한다는 건 서로를 먹는 일이야
뾰족한 돌과 반달 모양의 뼈로 만든 칼 하나를
당신의 가슴에 깊숙이 박아놓는 일이지
붉고 깊게 파인 눈으로
당신을 삼키는 일.
그리하여 다시 당신을 낳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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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다시 당신을 낳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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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앞에선 관념의 그 어떤것도 위선이다.

 

적당하게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다른 말로 하자면 위태위태하게. 그것도 지켜야 할 그 무엇이라고.

 

고상하고 ,견고한 생의 덕목들에게 침을 뱉고 싶을때가 있다.

남에게 상처주지 않을 정도로,

나에게 너무 쪽팔리지 않을정도로 버무려진 생의 이름들.

그것도 나라고, 그것마저 지켜야 할 그 무엇이라고.

 

시를 읽으면서, 가슴으로부터의 피눈물이 아닌 시들 읽으면서

적당한 머리로 사는것과  발걸음으로부터 사는 것들의 차이를 생각해본다.

 

너무나 멀리 와 버려서 돌아갈 수도 없는, 타향의 시간들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어 볼일이다.

 

 

"위선이란 악이 덕에 바치는 찬사이다"

라로슈푸코의 잠언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나는 위선이다.

 

밤이 깊다.밤은 깊은데 삶은 경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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