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는 섬이었다.
육지었으나 스스로 고립 되었고 스스로 늙어가고 스스로 낡아 갔다. 낡아 가면서도 태연했다. 집은 집이었으나 최소한의 바람만을 막았고 빗물을 막았으나 스며드는 빗물에도 태연했다. 벽에 페인트칠은 벗겨지고 곰팡이가 무수히 피고 지는 동안도 그들은 웃었다. 오래된 차량들은 정제되지 않은 시커먼 연기를 뿜어대고 그 연기속에서도 개새끼들은 유유히 골목과 골목사이를 무리지어 이동하고 야생의 추억을 잊지 못한 울음소리는 늑대의 것 이었다. 까마귀들이 둥지 튼 고목나무위에서 까마귀조차 야생을 그리워 했다. 사람들은 동물과 비와 햇빛과 바람과 같이 살았다
새벽, 함석지붕 위로 비는 거세게 때렸다. 바람에 더욱 거세어진 비는 바람 속에서도 거칠 것이 없었다. 빗소리를 뚫고 멀리 뱃고동 소리가 울려왔다. 부우웅 부웅~~ 길고 넓은 소리였다. 빗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소리는 생경하면서도 무심했다
J는 일어나야할 시간에 일어나 앉아있는 사람처럼 벽에 기대어 빗소리를 들었다.
꿈결처럼 들리던 빗소리와 뱃고동 소리는 꿈이 아니었다
다시 잠들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제 곧 스피커를 통해 독경소리가 퍼져 나올 것이었다.
J는 방안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환자처럼 조심스럽게 걸었다.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잠속에서도 꿈속에서도 J는 이방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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