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마일에서 인야로드쪽으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도로는 순식간에 빗물에 점령 되었습니다.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버마여인의 목소리는 맑기도 하고 가볍고 고요해서
깃털 하나가 유영하다 빗소리의 무거움속으로 추락하는듯 했습니다.
빗물에 쓸려 빠른 속도로 사라진 목소리는 어디론가 밀려갔을 것입니다. 화양연화가 떠오릅니다.
장만옥과 양조위가 빗속에서 서있는 장면입니다. 영화에서 이룰 수없는 사랑의 슬픔은 빗속에서도 추적추적 빗소리처럼 떨어지는데
그때에도 화양연화라는 노래가 빗속으로 사라지고는 했습니다.
잠기고 젖은 도로위로 가로등 불빛이 퍼져 알 수없는 슬픔의 빛깔이 번지고 있습니다
한밤중 아무도 없는 타국의 도로에서 아무도 없는 나의 방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멀었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퍼붓는 빗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는 것도 괜잖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점점 기억을 잊은자처럼 막막해지고 하염없어 어떤 추억도 생각이 나지를 않습니다.
인야 호수 한켠에 차를 세워놓고 잠시 숨을 가다듬었습니다.
동쪽의 나라에서 점점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나는 운명을 이해합니다.
그대들...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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